해외에서 산 마약성 진통제가 세관에 걸렸습니다. 밀수 혐의를 벗을 수 있나요? 만성 통증 때문에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성분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으로 지식iN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이동간 변호사입니다.
많이 당황스러우실 상황입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부터 정확히 짚고 가면, 무조건 “밀수범”으로 굳어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해외에서 구매한 진통제에 옥시코돈 같은 마약성 진통제가 포함돼 있었다면 형식상 ‘마약류 수입’에 해당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곧바로 고의적인 밀수로 인정돼 처벌이 확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유형의 사건은 실무에서 고의가 있었는지, 치료 목적이었는지, 반복성과 유통성이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보는 건 “마약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반입했는가”입니다. 해외에서는 진통제나 처방약으로 비교적 쉽게 유통되는 약물이라도, 국내에서는 엄격히 관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일반 진통제처럼 광고됐고, 질문자님이 실제로 만성 통증 치료 목적에서 구매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설명된다면, 밀수의 고의성을 부정할 여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성분 표기가 불명확했거나, 전문의약품·마약성분이라는 경고가 뚜렷하지 않았다면 그 점은 유리한 사정이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수량과 반복성입니다. 개인 치료 목적의 소량 1회 구매인지, 여러 차례 반복 주문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통이나 타인 제공 정황이 없고, 본인 복용 목적에 한정된 소량이라면 실무상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로 정리되는 사례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반대로 다량이거나 반복 주문 이력이 있으면, 고의 추정이 강해져 처벌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질문하신 “아픈 몸을 치료하려던 의도”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지만, 말로만 주장해서는 부족합니다. 수사에서 설득력을 가지려면 객관 자료가 필요합니다. 만성 통증에 대한 진단서나 진료 기록, 국내에서 치료를 받아왔다는 내역, 왜 그 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또한 구매 당시 사이트 화면, 제품 설명, 성분 표기 상태, ‘마약’ 또는 ‘통제 약물’이라는 인식이 어려웠다는 점을 보여줄 자료가 있으면 고의 부정에 도움이 됩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히 조심하셔야 할 점은, “불법인 줄은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표현입니다. 이 말은 치료 목적을 강조하려다 오히려 고의 인정을 스스로 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마약 성분이라는 인식이 없었고,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진통제로 알고 구매했다”는 구조여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이후 추가 주문이나 반입 시도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정리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번 사안은 형식적으로는 마약류 밀수입 혐의가 거론될 수 있지만, 치료 목적·고의 부재·소량·초범이라는 요소가 잘 정리되면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로 마무리될 여지가 분명히 있는 사건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해서 앞서 인정하거나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약을 구매했고, 어떤 인식 상태였는지를 자료와 함께 차분히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이 유형은 초동 대응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 사건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