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핫팩이 있는줄도 모르고 화상입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손목이 너무 따가워서 얼음찜질도 하고 화상연고 발랐는데도 물집이
안녕하세요. 질문자님께서 올려주신 사진과 글을 보니 저도 예전에 겪었던 일이 생각나서 남 일 같지가 않네요.
저도 작년 겨울에 캠핑 갔다가 날이 너무 추워서 핫팩을 침낭 안에 넣고 잤던 적이 있습니다. 따뜻해서 잠은 잘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종아리 쪽이 붉게 달아오르고 물집이 잡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충 연고만 바르고 밴드 붙이고 다녔는데, 며칠 지나니까 물집 색이 탁해지고 통증이 심해져서 결국 병원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의사 선생님께 혼나면서 저온 화상이 일반 화상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질문자님께서 겪으신 상황은 전형적인 '저온 화상' 증상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화상은 100도 이상의 뜨거운 열에 순식간에 피부가 손상되는 것이지만, 저온 화상은 40~50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 피부가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합니다. 우리 피부 단백질은 낮은 온도라도 오랜 시간 열에 노출되면 서서히 변성이 일어나는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서 질문자님처럼 자고 일어난 뒤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지금 물집이 더 커졌다고 하셨는데, 이는 피부 겉면뿐만 아니라 진피층 깊숙한 곳까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저온 화상은 겉보기에는 경미해 보여도, 실제로는 피부 깊은 곳까지 익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일반 화상보다 치료 기간도 길고 흉터가 남을 확률도 높습니다.
그리고 얼음찜질을 하셨다고 했는데, 화상 부위에 직접적인 얼음찜질은 오히려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심하면 동상까지 유발해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흐르는 시원한 물에 열기를 식히는 것이 가장 좋은 응급처치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바로 병원(피부과 또는 화상 전문 병원)에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에 가면 단순히 연고만 바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화상의 깊이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드레싱(소독 및 처치)을 해줍니다. 특히 물집이 커진 상태라면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멸균된 도구로 물집을 제거하거나 적절한 폼 드레싱 제제를 사용하여 진물을 흡수하고 상처를 보호하는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자가 치료하다가 2차 감염이 생기면 치료가 훨씬 복잡해지고 흉터도 크게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물집을 절대 터뜨리지 마시고, 깨끗한 거즈나 수건으로 살짝 덮어 보호한 상태로 병원에 방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많이 놀라시고 쓰라리시겠지만, 초기에 제대로 치료받으시면 금방 좋아지실 겁니다.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