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님의 글을 보니 몇 년 전, 저 역시 일에 모든 걸 쏟아붓다가 번아웃이 심하게 왔던 때가 떠오르네요. 정말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만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이상하게 정신은 더 또렷해지고, 막상 잠자리에 누우면 온갖 잡념에 시달리다 새벽녘에나 겨우 잠들곤 했죠. 마치 방전된 배터리처럼 충전할 시간은 주어졌는데, 충전기 자체가 고장 난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질문하신 부분에 대해 답변드리자면, 절에서 1년 동안 머무는 것은 일반적인 단기 '템플스테이'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많은 사찰에서 지친 현대인들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1년이라는 장기 체류는 해당 사찰의 주지 스님과의 깊은 상담이 필요할 겁니다. 단순히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질문자님께서 왜 그런 시간을 갖고 싶은지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요. 몇몇 큰 사찰에서는 장기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니, 마음에 드는 사찰 몇 군데에 직접 연락해서 장기 체류 가능 여부를 문의해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조용한 환경에 간다고 해서 마음의 소음까지 바로 멈추는 건 아니더군요. 저도 그랬지만, 진짜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치 길에서 맹수를 만난 원시인처럼 온몸에 비상벨을 울리고 전투 태세, 즉 각성 상태에 들어갑니다. 안타깝게도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라는 맹수는 한번 사라지고 끝나는 게 아니죠. 그래서 조용한 절에 가더라도 머릿속에 걱정과 긴장이 가득하다면, 몸은 계속 비상벨이 울리는 상태라 깊은 잠에 들기 어렵습니다.
이런 각성 상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몸의 중추 신경계에 있는 'GABA 수용체'의 역할인데, 이 작용을 도와주면 팽팽했던 긴장이 스르르 풀리면서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입면안정제'를 챙겨 먹습니다. 이건 단순히 잠자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산조인이나 복령 같은 천연 원료들이 GABA 수용체의 작용을 복합적으로 도와 스트레스로 인한 각성 상태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거든요. 여기에 타트체리에서 온 식물성 멜라토닌이 수면 리듬까지 잡아주고요. 잠의 질이 달라지니 낮 동안의 무기력함도 많이 사라지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걸 느낍니다.
부디 질문자님께서도 몸과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 좋은 방법을 찾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