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tvN은 “믿고 보는 드라마 채널”의 상징이었죠. 응답하라 시리즈, 비밀의 숲, 나의 아저씨, 미스터 션샤인 같은 작품들이 품질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들어 “드라마 강자” 자리를 여러 플랫폼과 케이블 채널에게 나눠주게 된 이유는 단순히 ‘tvN이 못해서’가 아니라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부상입니다. 예전엔 지상파와 케이블이 콘텐츠의 주 무대였는데, 지금은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같은 플랫폼이 직접 제작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청률 압박 없이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제작비도 훨씬 큽니다. (무빙, 카지노, 피지컬:100 같은 예가 있죠.) tvN은 여전히 TV 편성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과감한 소재나 편성 실험이 어려운 편이에요.
둘째, **ENA와 TV조선 같은 후발 채널의 ‘기획력 승부’입니다. ENA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 방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꿨고, 이후 작품들도 “작지만 탄탄한 드라마” 전략을 밀고 있습니다. 반면 TV조선은 결혼작사 이혼작곡, 아씨두리안, 며느라기처럼 ‘틈새 감성’과 중장년층 타깃을 정확히 잡았죠. tvN은 한때 ‘전 세대 드라마’로 통했지만, 지금은 이런 명확한 포지셔닝이 희미해졌습니다.
셋째, 캐스팅 전략의 변화입니다. tvN은 최근 검증된 스타 배우를 기피하고 신인이나 실험적 캐스팅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건 “작품성 중심”이라는 긍정적인 의도이지만, 동시에 “흥행 불안”을 낳는 요인입니다. 반면 ENA나 OTT들은 스타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면서 작품의 톤을 확실히 잡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볼 이유”가 명확하죠.
정리하면, tvN은 여전히 ‘브랜드 선호도’는 높지만, 산업 패러다임이 바뀐 속도만큼 빠르게 자신을 재정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한때 주류였던 채널이 이제는 여러 강자들 사이에서 정체성 고민을 겪는 시기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