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에 보여주신 세심한 기록과 감정의 흐름은
관계에 진심을 다해온 시간들이었다는 것이 느껴 집니다.
15년이라는 긴 세월은
어떤 관계에도 특별함을 부여하지만,
오랜 시간이 곧 건강한 관계를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관계는 서로의 노력으로
계속 새롭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지금 A친구와의 사이에서는 질문자님만
일방적으로 감정적 노동을 감당하고 계신다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무언가 해주는 걸 당연히 여기는 태도,
배려가 없는 리액션, 반복되는 무책임한 행동은
단순한 성격 차이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여러 번 말했음에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친구에게는 질문자님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의지 자체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B친구에 대한 고려도 분명 중요한 부분이지만,
질문자님께서 지속적으로 감정적·물리적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더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관계든 스스로를 아껴야 할 때가 있고,
A친구와의 관계는 이미 수차례 신호를 보내온 것으로 보입니다.
손절이란 단어가 과격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반드시 싸우거나 원수처럼 끊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거리를 조정하고 감정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도 충분합니다.
질문자님의 마음은 좁거나 못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정도로 참고 온 시간은 충분히 이해받아야 할 지점입니다.
더 이상 나만 애쓰는 관계가 계속되면 삶 전체가 지치게 됩니다.
지금은 관계의 균형을 다시 정비할 때입니다.
필요하면, 조금씩 멀어지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 선택이 더 단단한 질문자님으로 자라게 할 수 있으니까요.